AI 마케팅

AI 의존이 만든 위기? 사람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다시 주목 받는다

high-news 2025. 6. 28. 20:51

AI에 너무 기대한 마케팅, 그 부작용이 시작됐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AI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광고를 자동 생성하며, 고객의 행동을 예측해 타겟

팅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졌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콘텐츠 제작의 속도와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마케터들은 업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편리함이 마케팅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설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AI 의존증 이다. 빠르게 생성된 콘텐츠, 자동화된 응답, 알고리즘 중심의 추천은 초기에는 고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었지만, 점차 획일화되고 기계적인 인상을 주며 브랜드에 대한 거리감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는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똑같은 언어로 말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다가온다고 느낀다. 이른바 무감각한 마케팅 피로감이 확산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똑같은 언어와 무의미한 감정 전달 없는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낀다.

더 큰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예기치 못한 문제 발생 시에 AI는 정해진 반응 외에는 대처가 어렵다. 고객의 불만이나 복잡한 문의에 대해 반복적인 사과 메시지를 보내거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답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수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이어 기업이미지 실추의 확산으로 이어지며,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고객은 점점 더 ‘진심’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고객의 감정은 여전히 인간적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것이 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고객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요즘 소비자는 브랜드의 대응 방식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찾는다. 자동화된 메시지보다 느리더라도 공감이 담긴 말 한마디에 더 감동받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 국내외 소비자 만족도 분석 결과를 보면, 제품 품질이나 가격보다 응대 과정에서의 감정적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을 샀느냐’보다 ‘어떻게 대우받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정확할 수 있지만, 감정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챗봇이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을 수십 번 반복하는 동안, 사람 상담사는 단 한 번의 따뜻한 공감으로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바로 이 감정의 연결 고리가 사람 중심 마케팅의 핵심이다. 기술 중심 마케팅은 속도를 만들지만, 관계를 만들지는 못한다.

 

사람 중심 마케팅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기업들은 다시 사람 중심 마케팅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고객과의 진정한 관계 형성, 감정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공감 기반의 응대 방식 등 사람이 중심이 되는 마케팅 구조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단순히 인간 상담사를 다시 투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 여정 전체에서 사람의 감각과 감정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한 온라인 패션 브랜드는 고객 후기 중 ‘감정이 드러난 리뷰’를 수집해 마케터가 직접 응답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 다른 기업은 불만 고객을 AI가 아닌 전담 사람 컨설턴트가 직접 케어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후, 고객 재구매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처럼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은 단기 ROI를 넘어서, 브랜드 신뢰도와 생존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더불어 ‘브랜드 인격화’ 트렌드도 사람 중심 마케팅을 촉진하고 있다. 소비자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처럼 이어지기를 원한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끼기를 원하며, 일관된 태도와 언어, 감정 표현을 기대한다. 단순한 기계적 응대가 아니라 브랜드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에 정서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결국 고객의 기억에 남는 건 ‘사람처럼 말한 브랜드’다. 

 

AI와 감성의 균형이 필요한 시대

사람 중심 마케팅은 AI를 버리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균형 있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업무는 AI가 빠르게 처리하고, 고객의 감정, 관계 형성, 위기 대응은 사람이 맡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업무에 기술을 도입하고, 어떤 접점에는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AQ나 주문 상태 확인은 챗봇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환불, 불만 접수, 이탈 방지 같은 민감한 상황은 반드시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내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로 직결된다. 빠른 해결보다 감정적 배려가 고객 만족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브랜드는 내부적으로도 ‘사람 중심’의 철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을 기술 중심으로만 설계하면 브랜드의 톤과 메시지는 점차 비슷해지고, 차별화 포인트를 잃는다. 하지만 브랜드 내부에서 고객 경험을 하나의 인간 관계로 정의하고 설계한다면, 그 브랜드는 훨씬 더 풍부한 감정의 층을 갖게 된다. 고객은 그런 브랜드를 기억하고, 지지하며, 다시 찾는다.

최근 정서 기반 마케팅(Emotional-Based Marketing)이나 브랜드 저널리즘 같은 키워드가 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상품 홍보를 넘어서 브랜드의 가치, 철학, 스토리를 공유하고,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AI가 이러한 콘텐츠의 초안을 도울 수는 있어도, 사람의 시선과 감정 없이 만들어진 메시지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진짜 공감은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눈과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AI 기술은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며, 마케팅 전반에 더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기술로 할 수 있는 일과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람 중심 마케팅은 그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지키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야말로 위기의 시대, 고객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브랜드를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힘이다. 감동 스토리가 있느 브랜드가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